책소개 한 시대를 열광케 한 지적, 예술적 성취 속에는 열정과 광기가 숨어 있다. 불광불급( 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박지원, 박제가, 정약용, 허균, 이덕무 등 18세기 조선의 지식인. 이들은 당대의 마이너였으나 그들만이 가질 수 있었던 열정과 광기로 말미암아 일가(一家)를 이룰 수 있었다.
당대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이러한 마니아적 성향은 시대적 추세였다. 이덕무는 책에 미쳤으며, 바다 생물에 미친 정약전은『현산어보』를 남겼다. 자신들이 세운 뜻을 위해, 송곳으로 귀를 찌른 이도 있었으며 심지어 굶어죽은 천재도 있었다. 이렇듯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했던, 미치지 않고선 이룰 수 없었던 그들의 열정적 생애는 오늘날에도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또한 1부 벽(癖)에 들린 사람들외에 2부 맛난 만남, 3부 일상 속의 깨달음에서는 인간냄새 물씬 풍기는 그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이 책은 조선시대 지식인의 내면을 사로잡았던 열정과 광기를 탐색한 글이다. 허균, 권필,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정약용, 김득신, 노긍, 김영 등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 시대의 메이저리거들이 아니라 주변 또는 경계를 아슬하?비껴 갔던 안티 혹은 마이너들이었다.
“지난 10년 가까이 나는 이들과 만나 울고 또 웃었다. 현실의 중압이 버거워 달아나고 싶다가도 이들 앞에 서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태와 안일에 젖었을 때 뒤통수를 후려치는 죽비소리를 들었다. 현실 앞에 부서지면서도 결코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았던 슬프고 칼날 같고 고마운 기록들이 여기에 있다.”-<서문> 중에서
남이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출세에 보탬이 되든 말든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는 정신, 이리 재고 저리 재지 않고 절망 속에서도 성실과 노력으로 일관한 삶의 태도, 신분과 나이와 성별을 잊고 이름 밖에서 그 사람과 만나고자 했던 진실한 사귐, 사물의 본질을 투시하고 평徨?곳에서 비범한 일깨움을 이끌어내는 통찰력. 그러나 이들은 세상의 인정을 받기보다는 죄인으로, 역적으로, 서얼로, 혹은 천대받고 멸시받는 기생과 화가로 한세상을 고달프게 건너갔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진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심지어 굶어죽기까지 했다. 저자는 다만 “이 책에서 기록의 행간에 숨어 잘 보이지 않던 이들의 이야기를 먼지 털어 전달하는 사람의 소임만을 다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렇게 되살린 이들의 삶은, 본받을 만한 사표(師表)도, 뚜렷한 지향도 없어 모호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이다.
● 책의 특징
옛글 속에서 길어올린 지식인의 내면 풍경
이 책의 저자 정민은 스스로 먼지 쌓인 한적 속에서 ‘오래된 미래’를 찾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고전도 코드만 바꾸면 얼마든지 힘 있는 말씀이 될 수 있다 한다. 그렇다. 같은 글도 누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른 울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서 저자가 붙잡은 화두는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이다. 이를 조선 지식인의 내면을 읽는 화두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18세기 지식인을 읽는 새로운 코드, 벽(癖) “사람이 벽이 없으면 쓸모없는 사람일 뿐이다. 대저 벽이란 글자는 질((疾)에서 나온 것이니, 병 중에서도 편벽된 것이다. 하지만 독창적인 정신을 갖추고 전문 기예를 익히는 것은 왕왕 벽이 있는 사람만이 능히 할 수 있다.” - 박제가, 《백화보서》
꽃에 미친 김덕형, 장황에 고질이 든 방효량, 돌만 보면 벼루를 깎았던 석치(石癡) 정철조, 담배를 너무 좋아해 틸?담배에 관한 기록들을 모아 책을 엮은 이옥, <백이전>을 1억1만3천 번을 읽은 독서광 김득신, 스스로를 간서치(책에 미친 바보)라 했던 이덕무……, 18세기 조선 지식인들의 글에서는 무언가에 온전히 미친 마니아들의 존재가 부쩍 눈에 띈다. 지켜보는 이에게 광기로 비칠 만큼 미친 듯이 한 가지 일에 몰두한 이들의 존재는 이 시기 변모한 지적 토대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광기 넘치는 마니아의 시대
18세기 지식인들은 이처럼 벽에 들린 사람들, 즉 마니아적 성향에 자못 열광했다. 너도나도 무언가에 미쳐보려는 것이 시대의 한 추세였다. 이전 시기에는 결코 만나볼 수 없던 현상이다. 이전까지 지식인들은 수기치인 곧 자기를 닦는 공부에 몰두했다. 사물에 몰두하면 뜻을 잃게 된다고 하여 오히려 금기시했다. 격물치지 공부를 강조하기는 했어도 어디까지나 사물이 아니라 앎이, 바깥이 아니라 내면이 최종 목적지였다. 이런 흐름이 18세기에 오면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진다. 세상은 바뀌고 지식의 패러다임에도 본질적인 변화가 왔다. 조선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이때 쏟아져 나온 그 방대한 저작들, 정약전의 《현산어보》 김려의 《우해이어보? 정약용의 그 엄청난 저작들은 모두 벽의 추구가 낳은 새로운 지적 패러다임의 산물이었다.
나태와 안일을 꾸짖는 서늘한 죽비소리
그러나 저자는 이들이 이룬 성취에만 주목하지는 않는다. 한낱 기생과 깊은 우정을 나누고 보잘것 없는 화공의 죽음에 크게 낙담했던 허균, 나이와 신분을 잊고 음악을 통해 진심을 나누었던 홍대용과 그의 벗들, 자신의 둔함을 탓하는 제자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스승 권필과 그런 스승을 정성으로 모시는 제자 송희갑 등, 이들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는 그 자체로서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서늘한 죽비소리이다. 날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주체를 세우지 못한 채 이?倖?몰려다니는 이들에게, 그렇게 해서야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묻고 있는 것이다.
작은 영웅들의 삶을 복원 - “세상은 재주 있는 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한 가지에 몰두하는 힘으로 우뚝한 보람을 남긴 이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은 하나같이 고달프고 신산한 삶을 이어갔다. 천대와 멸시 속에,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데 대한 좌절과 분노 속에, 그렇게 잊혀져갔다. 굶어죽고 만 천재 천문학자 김영, 과거시험 대필업자라는 조롱 속에 세상을 냉소하였던 노긍, 불온한 문체를 쓴다는 이유로 견책을 입고 군역을 갔던 이옥, 저자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렇게 잊혀져 간 이들의 삶을 정성스레 복원해내고 있다. 이들이 자신에게 자꾸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고 한다. 김영의 죽음에 홍길주는 “세상은 재주 있는 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라며 안타까워했고, 이가환 역시 “노긍을 알아줄 환담(한나라때 양웅의 대단한 학문을 알아보았던 사람)은 없다”며 자신이 그 역할을 맡겠노라 했다. 이들의 기록이 있었기에 그나마 이들의 삶이 이렇게 전해지게 되었다. [예스24 제공]
지은이 소개 정민 1960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났다.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먼지 쌓인 한적 속에서 ‘오래된 미래’를 찾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고전도 코드만 바꾸면 힘 있는 말씀으로 바뀌는 힘이 있다. 한시 미학을 쉽게 풀어 소개한 『한시미학산책』과 『청소년을 위한 정민 손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를 펴냈다. 이후 조선 후기 산문에 관심을 두어 박지원의 문장을 꼼꼼히 읽은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이덕무의 청언 소품을 감상한 한서이불과 논어병풍 등을 잇달아 간행했다.최근에는 인문학을 가로지르는 확장을 모색중이다. 새를 회화와 문학의 코드로 읽은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2책) 외에 와당과 전♧?대한 해설서인 와당의 표정과 돌 위에 새긴 생각도 출간했다. 옛사람과의 만남 속에 떠오른 생각을 모아 책 읽는 소리를 펴냈다. 초월의 상상은 한시를 도교의 창을 통해 들여다본 작업이다. [예스24 제공]
목차 1. 벽癖에 들린 사람들 미쳐야 미친다 | 벽(癖)에 들린 사람들 굶어 죽은 천재를 아시오? | 독보적인 천문학자 김영 독서광 이야기 | 김득신의 독수기와 고음벽 지리산의 물고기 | 책에 미친 바보 이덕무 송곳으로 귀를 찌르다 | 박제가와 서문장 그가 죽자 조선은 한 사람을 잃었다 | 노긍의 슬픈 상상
2. 맛난 만남 이런 집을 그려주게 | 허균과 화가 이정 산자고새의 노래 | 허균과 기생 계량의 우정 어떤 사제간 | 권필과 송희갑의 강화도 생활 삶을 바꾼 만남 | 정약용과 강진 시절 제자 황상 실내악이 있는 풍경 | 홍대용과 그의 벗들 돈 좀 꿔주게 | 박지원은 짧은 편지 노을치마에 써준 글 | 가족을 그린 정약용의 편지
3. 일상속의 깨달음 연기속의 깨달음 | 이옥과 박지원의 소품산문 그림자놀이 | 이덕무와 정약용의 산문 천하의 지극한 문장 | 홍길주의 이상한 기행문 신선의 꿈과 깨달음의 길 |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관한 허균의 생각 세검정 구경하는 법 | 정약용의 유기 세 편
* 그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
"미쳐야 미친다"는 제목에서부터 매혹되었던 나~
숨가쁘게 책장을 넘기고 있다^^
오랜만에 정말 책 읽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열심히 형광펜으로 줄 쳐가며 읽는다는...^^)
한 장, 한 장 온통 가슴에 새겨두고 싶은
깊음을 퍼올린다~
특히 독서광 이야기-김득신의 독수기와 고음벽은
읽는 내내 마음이 뭉클~출렁~젤리가 된 기분이었다...
(김득신이라는 걸출한 노력가가 탄생한 데는
시종일관 노둔한 아들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인품이 빼어난 아버님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 정말 갸륵한 이는 진전이 없는데도 노력을 그치지 않는 바보다.
끝이 무디다 보니 구멍을 뚫기가 어려울 뿐, 한 번 뚫리게 되면 크게 뻥 뚫린다.
한 번 보고 안 것은 얼마 못 가 남의 것이 된다.
피땀 흘려 얻은 것이라야 평생 내 것이 된다.
- 머리가 나빠 외워도 금새 잊어버렸지만, 삶의 자리는 언제나 반듯했다.
- 대저 사람은 스스로를 가벼이 여기는 데서 뜻이 꺾이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느라 학업을 성취하지 못하며,
마구잡이로 얻으려는 데서 이름이 땅에 떨어지고 만다.
공은 젊어서 노둔하다 하여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독서에 힘을 쏟았으니 그 뜻을 세운 자라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읽기를 억 번 만 번에 이르고도 그만두지 않았으니,
마음을 지킨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작은 것을 포개고 쌓아 부족함을 안 뒤에 이를 얻었으니
이룬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서우, < 백곡집서 > 中
이석: 송곡 방조님의 저서가 송파문집 20권, 강사 2권 외에, 오리이원익공 묘갈명, 노주김태일공 묘갈명 외에 김득신(金得臣) 공의 문집인 백곡집의 서문도 쓰셨군요. 오늘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11/07]- 이석: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한다면 보다 좋은 결과가 오리라 붑니다.-[03/12]-